








김신숙 동시집 <12살 해녀>
시인으로, 문화기획자로, 작은책방 운영자로 활동하고 있는 김신숙 시인의 첫 동시집이다. 우도에서 태어나 열두 살에 해녀가 된 어머니의 구술을 바탕으로 지은 93편의 시가 담겨 있다. 기억이 가물가물한 해녀 할머니 이야기가 너무 귀해서 들려주신 이야기를 그대로 옮긴 부분이 많다고 하는데, 그래서인지 동시 속에는 실제 경험에서 나온 생생한 이야기와 입말이 주는 정감이 가득하다.
해녀 할머니의 고향이자 처음 물질을 배운 우도의 비양도를 배경으로 1950-60년대 제주 해녀의 생활사가 펼쳐지고 물질과 마을 공동체에 대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무엇보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본 해녀의 삶이 때로는 애잔하게 때로는 유쾌하게 그려지고, 해녀문화가 다음 세대에게 어떤 가치로 이어져야 하는지 고민해보게 한다.
제주 바다를 사랑한 열두살 해녀의 기억
발문을 쓴 김진철 작가는 “제주바다를 사랑한 열두 살 해녀의 기억은 제주의 기억이자 우리의 기억”이라며 이 동시집의 의미를 ‘기억의 전승’에서 찾았다.
이 동시집은 ‘일하는 할망’ 시리즈의 첫 책이기도 한데, “자연이 가득한 곳에서 자란 할머니들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어린이들에게 들려”줌으로써 “어린이들도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도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는 지혜를 배울”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바람을 담았다.
수평선을 반듯하게 펼치는 일
제주도 서귀포에서 태어났어요. 스모루라는 작은 마을에서 자랐어요. 숲에 노루가 많아서 또는 오르막길 끝에 있는 마을이라 오르려면 숨이 마른다 해서 ‘스모루’라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는 작은 마을이에요.
열 가구 정도가 모여 사는 마을에서 바닷가와 가장 가까운 집에 살았어요. 그래서 바다로 가는 길이 우리 집 마당 같았지요. 정숙, 영숙, 희숙, 신숙 그리고 막내아들을 낳은 기동과 옥희 부부 사이 넷째 딸로 태어났어요.
아버지는 어린 시절 꿈이 시인이었어요. 나무들은 촛불처럼 자신을 녹이며 불같은 꽃과 열매를 피우는 것이라 내게 말했어요. 멋진 말을 많이 해서 어른이 되면 시인이 되고 싶었어요. 그리고 시인이 되었어요. 깜깜한 곳을 밝히는 촛불 닮은 시인이 되고 싶어요.
어린 시절부터 책 읽기를 좋아했어요. 마음이 밝은 사람은 왼손이 하는 일을 오른손이 모르게 한다는 걸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책장을 걷으며 깨달았지요. 어른이 되어서도 책이 좋아 서귀포에서 시집만 파는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남편과 살고, 작은도서관에서 책들을 반듯하게 정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고향에서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은 깊은 밤 아무도 모르게 바다를 건너가, 수평선을 반듯하게 펼치고 오는 일이에요.
서귀포는 수평선이 가득해요. 수평선 너머 세상을 상상하느라 어린 시절부터 호기심이 많았어요. 유리병 속에 편지를 담아 바다로 가 멀리 던져 보기도 했어요. 파도처럼 마음이 빨리 자라 아무 곳에나 시원하게 가 닿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쓰는 게 즐거워요.
지난 여름과 겨울 사이에 들은 해녀 옥희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동시집으로 엮어 봅니다. 칠순이 넘은 우리 엄마, 무엇을 또 낳은 것 같아요. 축하드립니다. by 김신숙